“큰 일 닥쳐도 입 틀어 막고 이대로 갈렵니다”
양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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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7 17:13
환자 고재순씨의 서러운 삶
“큰 일 닥쳐도 입 틀어 막고 이대로 갈렵니다”
“큰 일 닥쳐도 입 틀어 막고 이대로 갈렵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것도 죄가 됩니까?”
구미시 황상동 3주공아파트에 사는 고재순씨(61).
지금 고씨가 살아가는 모습을 한마디로 압축하면‘인간 이하의 삶’, 아니 서러운 삶 그 자체다.
1991년, 당시 경상북도는 생활보호대상자(이하 생보자)를 위한다라는 명목 아래 23개 시군에 흩어져 사는 생보자만을 선별, 이곳에 집단 이주시킨 것이 지금은 600여 세대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처음 이 아파트가 들어설때만 해도 그런대로 평이 나쁘지는 않았다.
워낙에 골짜기에 지은 점도 있었지만 사실상 일반 시민들에게 무신경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하나 둘 공동주택들이 들어서더니 급기야 바로 위에 황상3주공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를 한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말썽은 시작됐다.
“영세민들이 사는 집단 아파트가 있어 기분 나쁘다. 철거를 하던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주를 시키던지 하라”는 등의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 생보자라는, 무식하다라는 등등의 말들을 들을 때마다 이곳 3주공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무슨 죄가 그리 많아 똑같은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만 하는건지, 사람이란 때로는 잘 살 수도 있고 못 살 수도 있는건데 유독 왜 우리들에게만 그런 사시어린 눈길을 던지는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런 것 쯤이야 ‘가진게 없는게 죄지’라는 나름대로의 푸념과 자괴감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래서 현실을 인정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아파트를 지을 당시 생보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과 보호방안이 분명 마련되었을진대 20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는 지금에 와서 볼 때 ‘생보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었으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고씨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지난 해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전에는 도량동에서 살았다.
젊은 시절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하던 중 월남전에 파병 되었으며 전역 후 언제부터인가 고엽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군 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더니만 제대를 하고 나서부터는 가벼운 상처나 모기에만 물려도 부기가 가라앉지 않고 몇날 며칠을 가려움증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벼운 찰과상에도 깊은 후유증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몸에 이상함을 느껴 경북대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받은 결과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료됨’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받고 말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왜 내가 고엽제환자가 되어야 하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 충성을 한 것이 고작 이런 결과 밖에는 나오질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너무도 세상이 싫어졌으며 나돌아 다니기조차 싫어졌다.
잘 다니던 직장(여행사)마저 때려 치우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얼마나 많은 세월을 술과 담배로 이어갔는지 기억조차 안날 정도다.
그러나 어쩌랴 ‘인명은 제천’이라고 끊어지지 않는 목숨을 억지로 끊는다고 될 일도 아닌지라 그간 모어 두었던 얼마간의 저축도 무슨 약 무슨 치료하는데 죄다 쏟아 버렸다.
고엽제 후유증은 본격적으로 그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엔가는 허리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가보니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한다라기에 디스크 수술을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발목이 아파 병원 가보니 혈관에 문제가 있으니 수술을 하라길래 또 수술을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팔목이 아파 병원에 가보니 역시 피가 잘 통하지 않으니 수술을 하라기에 또 수술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 아파트를 지을 당시 생보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과 보호방안이 분명 마련되었을진대 20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는 지금에 와서 볼 때 ‘생보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었으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고씨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지난 해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전에는 도량동에서 살았다.
젊은 시절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복무를 하던 중 월남전에 파병 되었으며 전역 후 언제부터인가 고엽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군 생활을 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더니만 제대를 하고 나서부터는 가벼운 상처나 모기에만 물려도 부기가 가라앉지 않고 몇날 며칠을 가려움증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벼운 찰과상에도 깊은 후유증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몸에 이상함을 느껴 경북대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받은 결과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료됨’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받고 말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왜 내가 고엽제환자가 되어야 하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 충성을 한 것이 고작 이런 결과 밖에는 나오질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너무도 세상이 싫어졌으며 나돌아 다니기조차 싫어졌다.
잘 다니던 직장(여행사)마저 때려 치우고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얼마나 많은 세월을 술과 담배로 이어갔는지 기억조차 안날 정도다.
그러나 어쩌랴 ‘인명은 제천’이라고 끊어지지 않는 목숨을 억지로 끊는다고 될 일도 아닌지라 그간 모어 두었던 얼마간의 저축도 무슨 약 무슨 치료하는데 죄다 쏟아 버렸다.
고엽제 후유증은 본격적으로 그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엔가는 허리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가보니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한다라기에 디스크 수술을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발목이 아파 병원 가보니 혈관에 문제가 있으니 수술을 하라길래 또 수술을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팔목이 아파 병원에 가보니 역시 피가 잘 통하지 않으니 수술을 하라기에 또 수술을 했다.
말 그대로 머리만 빼놓고 수술을 안한 곳이 없을 정도로 연속적인 수술을 해 댔다.
그 결과 평상시 혈압이 180이 기본이다.
이럴 수는 없었다.세상이 싫어졌다. 이대로 죽을 수만 있다면 죽고 싶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세상이 싫어졌다. 이대로 죽을 수만 있다면 죽고 싶었다.
정말 죽으려고 몇번인가를 시도도 해 봤다.
수차례에 걸친 수술 덕분에 이미 혼기를 넘겨 버린 고씨에게 어느 처녀가 시집을 오겠는가? 그래서 61년을 13평 월세 아파트에서 소금과 밥을 음식삼아 살아가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고씨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문제가 아니다.
고엽제 덕분에 장애4급 판정을 받은 고씨는 생보자로 선정이 되어 매월 나오는 34만원으로 혼자 살아가는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명절때만 되면 고씨의 고통은 정도를 넘어 분노에 이르고 만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회단체 등에서 구호물품 내지는 선물을 주고 가는데 정작 고씨 자신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호물품다운 구호물품 한 개 받아보지 못했다.
분명 수많은 사람들과 트럭들이 물품을 내려놓고가기는 가는데 그 물품을 받은 사람이 없다라는 사실에 고씨는 도대체 그 많은 물품들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건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물품들을 나누어 주라고 온 사람들의 뒤에는 인근 동사무소 직원과 복지 담당자들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수술 덕분에 이미 혼기를 넘겨 버린 고씨에게 어느 처녀가 시집을 오겠는가? 그래서 61년을 13평 월세 아파트에서 소금과 밥을 음식삼아 살아가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고씨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문제가 아니다.
고엽제 덕분에 장애4급 판정을 받은 고씨는 생보자로 선정이 되어 매월 나오는 34만원으로 혼자 살아가는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명절때만 되면 고씨의 고통은 정도를 넘어 분노에 이르고 만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회단체 등에서 구호물품 내지는 선물을 주고 가는데 정작 고씨 자신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호물품다운 구호물품 한 개 받아보지 못했다.
분명 수많은 사람들과 트럭들이 물품을 내려놓고가기는 가는데 그 물품을 받은 사람이 없다라는 사실에 고씨는 도대체 그 많은 물품들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건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물품들을 나누어 주라고 온 사람들의 뒤에는 인근 동사무소 직원과 복지 담당자들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언젠가 제가 처한 상황을 글로 써서 인근 동사무소 동장님에게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동사무소 사회복지사가 하는 말이 ‘무슨 불만이 그리 많으십니까?”라는 말에 더 이상 대꾸할 마음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물품들이 오기는 오는데 받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보는것이 그리도 큰 잘못이며 죄를 지은 것인지, 아니 물어봐서는 안 될 말이었는지 고씨는 지금도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인근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차례에 걸쳐 무료급식을 한다길래 마땅히 반찬도 없고 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목발에 의지해 어렵게 어렵게 찾아 갔으나 당시 배식을 하던 복지관 직원이 갑자기 배식을 중단하더니만 “만60세가 안된 사람에게는 배식을 할 수 없으니 돌아 가시오”라는 말에 하마터면 짚고 있던 목발과 식판을 놓칠뻔 했다.
아니, 세상 천지에 길가는 걸인에게도 밥한그릇 주는게 우리네 인심인데 죽을 힘을 들여 목발에 의지해 밥한끼 때우려고 여기까지 온 환자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다니,
아니 무슨 잣대로 65세 이상 이하를 가늠하는건지, 얼굴만 보면 65세 이상인지 이하인지를 알 수 있기라도 하는건지, 밥 한그릇 주면 법에 어긋나기라도 하는 것인지. 지금도 그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다.
더욱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토록 심한 면박을 주다니... 또 한번 삶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한참 병원을 다니는데 고엽제 회원 친구가 저더러 고엽제 환자 신고를 하면 일정 부분 보조는 물론 치료비도 받을 수 있다며 정식으로 신고를 하라고 하다군요.
그래서 고엽제 환자로 신고를 하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병원 측에서 하는 말이 앞으로 많이 살아봐야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 굳이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번거럽기도 해서 그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고씨는 고엽제에 폐렴, 늑막염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비록 지금은 13평 주공임대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어차피 1년이 다 되 가도록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회복지사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 더러 더욱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복지관마저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설령 큰 일이 난다 할지라도 입 틀어 막고 이대로 생을 마감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고씨의 눈가에 어느새 짙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해당 동사무소인 구미시 인동동사무소와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 확인을해 봤다.
구미시청 인동동사무소 사회복지사로 있는 L모씨는 “직접 방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그곳에 있는 사회복지관 직원으로 하여금 방문을 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구미종합사회복지관 P모씨도 “구미시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관계로 60세 이상의 노인들만 식사를 배급토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동동사무소는 총5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으며 구미종합사회복지관은 구미시로부터 연간 4억여원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고씨는 고엽제에 폐렴, 늑막염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비록 지금은 13평 주공임대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어차피 1년이 다 되 가도록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회복지사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 더러 더욱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복지관마저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설령 큰 일이 난다 할지라도 입 틀어 막고 이대로 생을 마감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고씨의 눈가에 어느새 짙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해당 동사무소인 구미시 인동동사무소와 구미종합사회복지관에 확인을해 봤다.
구미시청 인동동사무소 사회복지사로 있는 L모씨는 “직접 방문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그곳에 있는 사회복지관 직원으로 하여금 방문을 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구미종합사회복지관 P모씨도 “구미시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관계로 60세 이상의 노인들만 식사를 배급토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동동사무소는 총5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으며 구미종합사회복지관은 구미시로부터 연간 4억여원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